범죄로 수감중인 국내 조현병 환자의 충동적 공격성과 계획적 공격성의 특성 비교
Characteristics of Impulsive and Premeditated Aggression Subtypes in Patients with Schizophrenia in South Korea Who Committed a Crime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Objectives
Although the characteristics of different aggression subtypes provide important information in establishing treatment and prevention strategies in schizophrenia patients, limited information is available about the characteristics of the aggressive subtype in schizophrenia patients in South Korea. The present study was designed to compare the demographic and 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across the impulsive and premeditated aggression subtypes in schizophrenia patients in South Korea who had committed a crime.
Methods
We enrolled 116 schizophrenia spectrum disorder patients who were admitted to the National Forensic Psychiatric Hospital. Using the criminal and interview records, the study subjects were divided into 83 impulsive and 33 premeditated aggression groups. The subjects’ demographic and 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were summarized and compared across aggression subtypes.
Results
Compared to the premeditated aggression group, the impulsive aggression group had a higher intelligent quotient and a lower rate of physical and sexual abuse experience.
Conclusion
To our knowledge, this is the first study to describe the characteristics of aggression subtypes in schizophrenia patients in South Korea who had committed a crime. Our results suggest that different treatment and prevention strategies should be considered for each aggression subtype.
서론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공격성은 공공보건비용, 입원의 결정, 법집행, 그리고 환자 자신에 대한 낙인(stigm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1]. 조현병(schizophrenia)은 범죄와 관련되어 대중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정신질환이라고 보고된 바 있으며[2], 여러 정신과 질환 중 약물 의존과 알코올 의존 다음으로 타인에 대한 폭력성을 많이 보이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3]. 특히, 국내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중에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살인사건 및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 등의 피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조현병 환자임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이 더욱 주목받게 되었다. 언론 보도에서 조현병 환자와 관련하여 사건 및 폭력과 관련된 내용의 언급이 늘어나고, 이는 조현병 환자들의 질병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보고되면서[4,5], 조현병 환자의 공격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효율적인 전략 수립과 치료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공격성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의 효율적인 치료 및 공격행위 예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공격성의 특징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성의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 연구는 보고된 바 없다[6-10].
외국에서는 조현병 환자에서 공격성의 하위 유형을 계획되지 않은 공격적 행위인 충동적 공격성(impulsive aggression) 유형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남을 해치려 하는 계획적 공격성(premeditated aggression) 유형의 두가지로 분류하고 그 특징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6,10]. 이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는 환청이나 망상과 같은 증상에 의해 발생한 충동으로 갑자기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본래 충동성이 높고 조절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크게 반응해 충동적인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11]. 조현병 환자에서 계획적 공격성은 성격, 최근의 스트레스, 사회적 지원, 어린 시절 경험, 물질 남용 등과 관련되어 나타난다고 보고되었다[8]. 조현병 환자 중에서 계획적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들은 충동적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들에 비해 더 낮은 수준의 타인의 정신 상태에 대한 이해(mentalizing)를 보였으며, 더 빈번하게 반사회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다[12,13].
이처럼 조현병 환자에서 공격성을 두 가지 하위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조현병 환자의 치료 및 공격행위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7-9,11) 충동적 공격성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에서 공격성의 원인이 정신병적 증상에 있다면 효율적인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하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클로자핀(clozapine)은 공격성의 치료에서 다른 항정신병약물보다 효과가 좋고, 특히 정신병적 증상과 관련된 공격성을 치료할 때 더 효율적이라는 보고가 있다[14]. 정신병적 증상과 관계 없이 충동 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충동적 공격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는 항경련제(anticonvulsants)와 기분 안정제(mood stabilizers)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8]. 계획적 공격성을 보이는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병적 증상이나 충동 조절의 어려움과는 관계없이, 반사회적 성격이나 정신병질 성향, 현재의 스트레스, 어린 시절 학대의 기억 및 품행장애 등 다른 요소가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9]. 이 경우 약물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인지행동치료 및 심리사회적치료 등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 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9,15]. 또한 조현병 환자에서 공격성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공격 행위와 범죄의 재발을 예측하고 예방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외국에서 수행된 연구에 의하면 이전의 범죄 여부를 통제한 후에도 공격성 하위 유형에 따라 폭력의 재발 및 재범을 유의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16,17].
이처럼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의 하위 유형을 분류하고 그 특징을 파악하는 것은 조현병 환자의 치료 및 공격 행동 예방 전략 수립에 매우 중요하나, 현재까지 국내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공격성의 하위 유형별 특징을 파악하고자 시도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공격성이 수반된 범죄를 저지르고 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된 국내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성의 하위 유형에 따라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으로 분류하고 각 집단의 특징을 비교 분석하고자 하였다.
방법
연구대상
본 연구에서는 공격성을 ‘다른 개인이나 물건에 손해 또는 피해를 주기 위해 물리력이 이용되는 행위’로 정의하고[18], 이에 따라 1) 물리력이 존재하고 2) 물건 또는 사람에 피해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수감된 조현병 환자들을 연구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재판 시 위법행위로 치료감호 명령을 선고받은 후 국립법무병원(공주 치료 감호소)에 입소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모집 공고문 게시를 통해 연구 대상자 모집을 진행하였다. 연구 대상자 선정 기준은1)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5, DSM-5) 기준에 따라 조현병 및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조현정동장애, 망상장애, 단기 정신병적 장애, 조현양상장애, 달리 명시된 조현병 스펙트럼 및 기타 정신병적 장애)로 진단되었으며, 2) 18세 이상이고, 3)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해한 후 서면으로 자발적 동의를 제공했으며, 4) 공격성이 수반된 범죄행위의 기록이 확인된 경우다. 제외 기준은 1)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구를 이해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2) 현재 연구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신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3) 마약을 사용한 적이 있는 경우, 4) 과거에 외상 등에 의한 뇌 손상이 있는 경우, 5) 공격성과 관련이 없는 범죄(절도, 경제범죄, 국가보안법 위반 등)를 범한 경우, 6) 연구 진행 도중 동의를 철회한 경우다. 연구 대상자 모집 기준과 제외 기준에 따라 총 116명의 연구 대상자가 모집되었다.
모집된 연구 대상자들은 선행연구에서 사용된 기준에 따라 충동적 공격성 집단 83명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 33명으로 분류되었으며, 자세한 분류 기준은 다음과 같다[19,20]. 1) 상대방의 자극이나 도발에 즉시 반응하거나, 환청이나 망상을 통해 생각된 정보에 바로 반응했음을 명시한 경우, 2) 술에 취한 상태와 같이 특별히 충동 조절이 안되는 상태인 경우, 3) 미리 준비된 도구를 이용하지 않은 경우, 4) 재산상의 이득, 계획된 복수 등 우발적이지 않은 동기를 가지지 않은 경우에 충동적 공격성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의 경우 계획적 공격성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모든 연구 대상자의 공격성 하위 유형은 훈련 받은 연구원 1인이 상술한 분류 기준에 따라 일관성 있게 분류하였으며, 분류 기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보는 범죄 기록상의 범행동기, 범행경위, 재판부의 판결 및 범행 직후 임상가와의 면담을 통해 기록된 정보로부터 확인하였다.
연구 참여의사를 밝힌 대상자들에게 연구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제공한 후 충분히 이해했다고 판단되면 동의서에 서명을 받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1회에 약 90문항씩으로 구성된 자가 보고 설문지를 총 3회에 걸쳐 배부하였으며 각 설문지는 1주일 단위로 수행하도록 하였다. 각 배부 회기의 설문지 회수가 끝나면 연구 참여에 대한 보상으로 연구대상자들에게 식음료를 제공했으며 총 3회의 보상을 제공하였다. 모든 연구 절차는 헬싱키 선언에 근거하여 이루어졌으며 국립법무병원 기관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IRB no. 1-219577-AB-N-01-201908-HR-007-02)을 받았다.
자료 수집 및 평가
인구사회학적 특성으로는 성별, 현재 나이, 교육연수, 직업정보, 거주형태, 결혼상태 정보를 수집하였다. 또한 범행 이후 정신감정 당시 수행되었던 한국판 웩슬러 지능 척도 검사(Korean version of Wechsler Adult Intelligence Scale, K-WAIS)로 평가한 지능지수(intelligence quotient, IQ)점수를 수집하였다. 임상 변인 정보로는 국립법무병원의 의무기록에 기록된 발병 연령, 유병기간, 정신증 미치료 기간(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 DUP), 임상의가 평가한 병식 수준(insight level)을 수집하였다. 의무기록 검토는 국립법무병원 소속의 정신과 전문의가 2019년 7월부터 10월까지 수행하였다. 범죄 특성 정보로는 금번 범죄 당시의 나이, 초범 연령, 재범 여부, 금번 수감의 원인이 된 범죄의 종류 정보를 범죄 기록을 통해 수집하였다. 심리행동적 특성 정보는 공격성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정신병질 관련 요인, 충동성 및 정서조절 관련 요인, 병식 및 사회적 환경 영향 요인을 측정하기 위한 다음의 자가보고설문지들을 활용하였다.
공격성 및 정신병질 관련 설문지
한국판 공격성 질문지(Korean version of aggression questionnaire, K-AQ)는[21] 공격성의 성격적 특성을 조사하기 위해 신체적 공격성, 언어적 공격성, 적대감, 분노의 4개 요인으로 구성된 설문지이다. 한국판 아동기 외상 질문지(Korean version of the childhood trauma questionnaire, K-CTQ)는[22] 아동기에 경험한 학대와 방임과 관련된 다양한 요인을 묻는 자가보고설문지이다. 자가보고식 정신병질 검사지(Self-report psychopathy scale, SRPS)는[23] 개인의 정신병질을 자가보고를 통해 파악하고자 개발된 척도이다. 한국판 대인 관계 반응성 척도(Korean version of interpersonal reactivity index, K-IRI)는[24] 공감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자가보고설문지로서 관점 수용, 환상, 공감적 관심, 개인적 고통의 4개 요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판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검사(Korean version of alcohol use disorders identification test, AUDIT-K)는[25] 자가보고로 알코올 사용장애를 인식하고 선별하기 위해 개발된 척도이다.
충동성 및 감정조절 관련 설문지
한국판 Barratt 충동성 척도(Korean version of Barratt impulsiveness scale, K-BIS-II)는[26] 충동성의 핵심 양상을 평가하기 위한 자가보고설문지로 인지 충동성, 운동 충동성, 무계획 충동성의 3개 요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단축형 다차원 충동성 척도(short form urgency, premeditation, perseverance, sensation seeking, and positive urgency, SUPPS-P)는[27] 충동적인 행동에 이르는 5가지 성격 요인인 부정적 긴급성, 계획성 부족, 지속성 부족, 감각추구, 긍정적 긴급성을 평가하기 위한 자가보고설문지이다. 한국판 정서조절곤란 척도(Korean version of difficulties in emotion regulation scale, K-DERS)는[28] 정서의 수용,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할 때 충동적인 행동을 조절하고 개인이 바라는 목표에 일치되게 행동하는 능력, 정서의 자각과 이해, 개별적 목표와 상황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려는 다양한 정서조절전략에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척도이다.
병식 및 사회환경적 요인 관련 설문지
한국판 Beck 인지적 병식 척도(Korean version of Beck cognitive insight scale, BCIS-K)는[29] 환자의 인지적 병식을 평가하는 척도로서 그들 자신을 비일상적인 경험으로부터 떨어져 지켜볼 수 있는지, 외부의 피드백을 잘 수용할 수 있는지, 의사결정과정에서 자기 확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측정하는 문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판 Duke 사회적 지지도 설문지(Korean version of Duke functional social support questionnaire, K-DUFSS)는[30] 환자를 대상으로 기능적 사회적 지지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설문지이다. 이외에 외국 조현병 공격성 연구에서 사용했던 문항을 한국어로 번안한 스트레스 질문지[31]를 사용하였다.
통계 분석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 간의 인구사회학적 변인과 심리행동특성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독립 t-검정을 실시하였고, 범주형 자료의 경우에는 χ2 검정을 실시하였다. 통계적 유의 수준은 p<0.05로 설정하였다. 모든 통계 분석은 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 (SPSS) 25.0 버전(IBM Corp., Armonk, USA)으로 수행하였다.
결과
충동적 공격성 및 계획적 공격성 집단의 인구사회학적 및 임상적 특성 비교는 표 1과 같다. 충동적 공격성 집단은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높은 지능지수(t=2.378, p=0.019)를 보였으며, 이외의 인구통계학적, 임상적 특성들은 두 집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 사이의 범죄 특성 비교는 표 2에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금번 범죄 당시 연령, 초범 연령, 재범 여부 등은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으며, 구체적 범죄의 종류에서는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서 강도 범죄의 빈도가 더 높았다(χ2=9.195, p=0.002).
자가보고설문지로 측정한 심리행동적 특성의 집단 비교 결과는 표 3-5에 정리하여 제시하였다. 충동적 공격성 집단은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높은 한국판 공격성 질문지(K-AQ)의 분노감(anger) 점수를 보고하였다(t=1.997, p=0.048). 반면에, 계획적 공격성 집단은 충동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높은 한국판 아동기 외상 질문지(K-CTQ)의 신체 학대(physical abuse) 점수(t=-2.077, p=0.040)와 성 학대(sexual abuse) 점수(t=-2.717, p=0.008)를 보고하였다(표 3).
이외에 자가보고식 정신병질 검사지(SPRS), 한국판 대인 관계 반응성 척도(K-IRI), 한국판 알코올 사용장애 진단 검사(AUDIT-K), 한국판 Barratt 충동성 척도(K-BIS-II), 한국판 단축형 다차원 충동성 척도(SUPPS-P), 한국판 정서조절곤란 척도(K-DERS), 한국판 Duke 사회적 지지도 설문지(K-DUFSS), 스트레스 질문지 결과에서는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표 4, 5).
고찰
본 연구는 공격성이 수반된 범죄를 저지르고 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된 국내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공격성의 하위 유형에 따른 특성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이다. 총 116명의 조현병 환자들은 83명의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33명의 계획적 공격성 집단으로 나뉘었다. 두 집단 사이에 인구사회학적, 임상적, 범죄 및 심리행동특성들을 비교한 결과, 충동적 공격성 집단은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높은 지능지수를 보였고, 계획적 공격성 집단은 충동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빈번한 강도 범죄 및 아동기 신체 학대와 성 학대 경험을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충동적 공격성 집단이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높은 지능지수를 보였는데, 이는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외국의 선행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12,32]. 조현병 환자 중 정신병질을 지닌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지능이 낮다는 것이 보고되었는데[32], 정신병질은 계획적 공격성을 일으키는 주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어,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속하는 조현병 환자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능 지수를 정신병질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결과의 해석에 있어 추가로 고려해야할 점은, 정신감정을 수행하는 중에 평가한 지능 검사에 대한 기록에는 검사를 거부하거나 집중하지 않았다고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정신감정 결과는 법적 양형에 직접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33],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속하는 환자들이 양형에 유리한 영향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적 능력을 축소하여 검사에 임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범죄의 특성에 대한 집단 비교 결과 범행 연령, 초범 연령, 재범 빈도에서는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범죄의 세부 유형에 있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집단 차이는 없었으나 충동적 공격성 집단의 경우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살인, 상해, 폭행 등의 비율이 높았다. 반면, 계획적 공격성 집단의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한 집단 차이는 없었으나 방화, 강도, 성범죄(강간/강제추행)의 비율이 충동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더 높았다. 특히, 강도 범죄의 비율은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서 충동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형법 제333조에 따르면 강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이다. 계획적 공격은 분명하고 다양한 이득을 취하고자 범하기 때문에[34] 강도 범죄가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서 더 빈번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자가보고설문지를 이용한 심리행동특성 비교 결과에서 충동적 공격성 집단은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 비해 높은 한국판 공격성 질문지(K-AQ)의 분노감 점수를 보고하였으며, 이는 충동적 공격성 집단에서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공격 행위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계획적 공격성 집단은 충동적 공격성 집단보다 유의하게 높은 한국판 아동기 외상 질문지(K-CTQ)의 신체 학대 점수와 성 학대 점수를 보고하였다. 외국의 선행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에서 어린 시절의 사회 환경과 학대 경험, 잘못된 행동 발달 과정 등이 성인이 된 이후의 계획적 공격성으로 이어진다고 하고 있다[9]. 계획적 공격성의 주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정신병질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35,36].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정신병질 특성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보고가 있으며[37,38], 어린 시절 신체적 학대와 성 학대 모두 반사회적 성격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35]. 외국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에서도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정신병질 성향은 계획적 공격성과 유의한 관련이 있다[12,13,39].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정신병질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자가 보고식 정신병질 검사지(SRPS) 결과에서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는데, 이 변인이 자가보고서를 통해 측정되었기 때문에 연구 대상자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항목에 대해서는 축소 또는 거짓 보고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들의 공격성 하위 유형에 따른 심리행동특성을 비교하고자 공격성, 어린시절의 학대 경험, 정신병질, 공감 능력, 알코올 사용, 충동성, 정서 조절 능력, 병식, 기능적 사회적 지지, 그리고 스트레스를 평가하기 위한 자가보고설문지들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실시한 자가보고설문지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공격성 하위 유형에 따른 유의한 집단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는데, 이는 범죄로 수감중인 환자들의 공격성 특성과 관련된 요인을 자가보고설문지로 평가하는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신질환의 평가 및 진단에 있어서 자가보고와 임상의의 평가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40,41]. 외국의 선행 연구들에서는 조현병 환자 중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서 반사회적 성격장애와 정신병질 성향이 더 높다고 보고하고 있는데[12,13,39], 이 연구들의 대부분은 임상의가 구조화된 면담 도구를 이용하여 평가한 항목들을 집단 비교 변인으로 사용하여 전적으로 연구대상자의 보고에만 의지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서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서 높은 점수를 보고한 어린시절의 학대 경험은 비교적 먼 과거의 경험이며 연구 참여자 본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외의 평가 항목들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항목들로 계획적 공격성 집단에서는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위해 이 항목들에 대해 진실하게 응답하지 않았을 수 있다. 또한, 정신병적 증상은 조현병 환자에서 공격성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42], 본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정신병적 증상과 관련된 임상적 특성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따라서 공격성 하위 유형의 집단 비교에서 공격성의 중요 요인 중 하나인 정신병적 증상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설문지 결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집단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후의 연구에서는 구조화된 면담 도구를 이용한 임상의의 면담 및 평가 결과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범죄 기록이 없는 일반 조현병 환자의 자료를 대조군 자료로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본 연구가 국내에서 최초로 공격성이 수반된 범죄를 저지르고 국립법무병원에 수감된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 하위 유형에 따른 다양한 특징들을 살펴보았으므로, 향후 일반 조현병 환자의 자료를 대조군으로 포함한 후속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둘째, 본 연구에서 사용한 주 측정 도구는 자가보고설문지로, 연구대상자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회피하고자 거짓 보고를 하는 경우 결과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유의한 집단 차이를 발견한 한국판 아동기 외상 질문지(K-CTQ)의 신체 학대 점수와 성 학대 점수 결과 또한 명확한 결과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결론
조현병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공격성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전략 수립의 기반이 되는 국내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 특성에 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국내 최초로 범법 행위를 저질러 국립법무병원에 수감중인 조현병 환자를 충동적 공격성 집단과 계획적 공격성 집단의 하위 유형으로 구분하고 그 특성을 살펴보았고, 계획적 공격성을 보인 조현병 환자가 어린시절 학대경험이 높았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나, 이외에 임상적으로 유의하거나 두 집단간 차이를 명확히 구분할 만한 소견은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조현병 환자의 공격성을 예측하는 후속 연구 및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격 행위 예방 전략 수립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