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외래환자의 회복에 대한 견해와 회복 의지
Opinions on the Recovery of Outpatients with Schizophrenia and Their Wills to Re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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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bjectives
To examine the opinions regarding recovery and assess their will to recover in outpatients with schizophrenia.
Methods
Total 98 stable outpatients with schizophrenia were enrolled. To investigate the outpatients’ opinions regarding recovery, we asked the subjects to write down the ways they could think they had recovered from their current disease. We classified their answers and chose final 39 statements. Using this questionnaire, they were asked to what extent they agreed with each statement. Moreover, the Recovery Assessment Scale (RAS) was used to measure the subjects’ will to recover.
Results
Many of the 39 subjects who were surveyed about their opinions on recovery agreed on 11 statements about taking medicine, social life, daily life, social functioning, positivity about life (happiness, hope, confidence, and tranquility), symptoms, occupation, and self-control. The RAS score showed a significant correlation with age (r=-0.26, p<0.01), age at onset (r=0.26, p<0.01), duration of illness (r=-0.52, p<0.01), and number of hospitalization (r=-0.46, p<0.01).
Conclusion
This study shows that positivity about life is an important part of the patients’ subjective recovery criteria in schizophrenia. Therefore, if clinicians pay more attention to this part of subjective recovery, it would strengthen the patients’ will for recovery.
서론
대표적인 만성 정신질환인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관점에서 보면 회복(recovery)이라는 단어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회복이라는 말에는 완치(cure)와 희망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정신의학에서는 완치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완치는 약물치료를 포함한 의학적 치료 없이도 병 전 기능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그런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복이나 완치라는 말 대신 관해 (remission)나 호전(improve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정신보건 분야에서 회복은 점점 더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다.1) 특히 장기간 병을 앓으면서 경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여겨져 온 조현병 환자에서 회복 개념에 근거한 치료전략은 환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2].
정신과 영역에서 회복에 대한 개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3]. 하나는 임상적 회복(clinical recovery)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 회복(personal recovery)이다. 임상적 회복은 의학 개념에 기초한 것으로 증상의 호전과 기능의 회복에 초점을 두며, 보통은 병의 증상이 없거나 가볍고 동시에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하고 모든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임상적 회복에 대한 조작적인 정의는 양성 및 음성증상 척도(Positive and Negative Syndrome Scale) [4] 혹은 간이정신병리척도(Brief Psychiatric Rating Scale, BPRS) [5]를 사용하여 평가하였을 때 6개월 이상 특정 주요증상들이 지속적으로 경한 상태를 보이면서[6], 동시에 독립적으로 생활하거나[7] 혹은 전반적인 기능평가(Global Assessment of Functioning) [8] 점수가 65점 이상[9]으로 한다. 반면 개인적 회복은 의학 모형이 아닌 장애자 혹은 소비자 권리 운동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정신병을 앓았던 환자들의 자가 진술에 기초한다[10,11]. 이것은 자신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환자로 규정짓는 것도 거부한다. 증상이 있어도 병이나 편견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삶을 만들기 위해 싸워나가는 자세를 말한다. 개인적 회복에서는 약물치료의 중요성보다는 자기 확신, 희망, 주인의식 등을 더 중요시하고, 증상이나 기능회복보다는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더 중시한다. 이 모형에 따르면 정신병적 증상이 있어도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으며, 환자들에게 회복이란 정신질환의 파국적인 결과를 극복하여 성장하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목적을 세우는 것이다[12].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현병에서 회복은 동일한 과정이 아니라 환자마다 다른 과정을 밟기 때문에[13] 개인적 회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개인적 회복은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므로 회복에 대한 개념은 개인마다 다르다. 따라서 그것을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질적 연구를 통해 개인적 회복과정에서 중요하고도 공통적인 요인은 희망 찾기, 정체성 재확립하기, 삶의 의미 찾기, 주인의식 등으로 보고 있다[14-16].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회복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연구는 대부분 개개인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질적 연구이다. 반면 양적 연구는 Law와 Morrison [17] 연구가 유일한데 그들은 381명의 정신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회복에 대한 환자들의 견해를 조사하였다. 이 연구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Delphi 방식으로 시행되었는데 두 가지 제한점을 보인다. 하나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40%만 조현병을 앓고 있고 나머지는 양극성 장애나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회복에 대한 문항을 처음 만들 때 이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여러 문헌을 참조하여 137개 문항을 만든 후 참여 환자들에게 평가하게 한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을 조현병 환자들로 제한하였고, 문항 역시 환자들로부터 수집한 후에 그들의 견해를 조사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외래치료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회복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알아보고 나아가 회복 평가 척도를 통해 그들의 회복 의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방법
연구 대상
동아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조현병으로 외래 치료를 받고 있는 98명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조현병의 진단은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ition, DSM-5) [18]에 의거하였다. 대상 환자들은 모두 연구의 의미와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환자들로 하였다. 배제 기준은 경련성 질환, 기질성 뇌 병변의 병력이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 지적장애 환자, 20세 미만과 60세 이상의 연령대에 속하는 환자,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환자는 제외하였다. 참여 환자의 사회적 특성과 임상적 특성으로는 나이, 성별, 학력, 발병 나이 유병 기간, 입원횟수, 증상 등을 조사하였다. 대상 환자의 사회인구학적 요인과 임상 요인은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연구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에게는 연구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제공한 후 서면으로 동의를 받았다. 본 연구는 동아대학교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다.
연구 방법
회복에 대한 환자들의 견해조사
조현병으로 외래 치료를 받고 있는 98명의 환자에게 A4용지를 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당신은 현재 정신과 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상태가 되면<현재 앓고 있는 병에서 회복되었다>라고 생각합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회복기준을 가능한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적어 보십시오.”
환자들이 적은, 병에 대한 회복기준은 84개 문항이었고 그 문항들을 비슷한 것끼리 묶어 보니 39개 문항이었다. 그 문항들을 5점 척도로 만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다시 조사하였다. “당신과 비슷한 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병에서 회복되었다>를 어떤 기준으로 생각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대답을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 당신은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 0 (0%)에서 4 (100%)사이에서 그 정도를 선택해 주십시오. 0번에서 4번 중 번호가 높을수록 당신이 동의하는 정도가 높습니다. 0=전혀 동의하지 않는다(0%), 1=동의하지 않는 편이다(25%), 2=반 정도 동의한다(50%), 3=많이 동의한다(75%), 4=완전히 동의한다(100%).
회복 의지 평가
연구에 참여한 조현병 환자들의 회복에 대한 의지는 한국
판 회복평가척도(Recovery Assessment Scale)를 사용하여 평가하였다. 척도의 이름은 회복평가척도이지만 그 내용은 회복하려는 의지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척도이다. 이 척도는 Corrigan 등[19]이 개발하였고 Lim 등[20]이 표준화하였다. 이 척도는 24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개의 세부요인으로 나누어진다. 요인 1 (9개 문항: 문항 7~14, 21)은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 요인 2 (3개 문항: 문항 18~20)는 ‘도움을 요청하려는 의지’, 요인 3 (5개 문항: 문항 1~5)은 ‘목표와 성공 지향성’, 요인 4 (4개 문항: 문항 6, 22~24)는 ‘타인을 신뢰하고 의지하기’, 요인 5 (3개 문항: 문항 15~17)는 ‘증상에 압도되지 않기’이다.
조현병 환자에게 한국판 회복평가척도를 자가보고 방식으로 사용해보니 세 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첫 번째 문제점은 척도의 5점 척도 표현에 있었다. 한국판 회복평가척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보통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의 5점 척도로 평가하게 되어있다. 이 척도를 자가보고 방식으로 완성하도록 지시하니 환자들이 대부분 ‘보통이다’와 ‘그렇다’에 체크를 하였다. 그런데 이 설문지를 가지고 면담을 해 보면 ‘보통이다’와 ‘그렇다’에 응답한 많은 환자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하였다. 거의 모든 환자가 한국판 회복평가척도에서 말하는 ‘보통이다’와 ‘그렇다’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전혀 그렇지 않다(0%)’. ‘그렇지 않은 편이 많다(25%)’, ‘반반이다(50%)’, ‘그런 편이 많다(75%)’, ‘매우 그렇다(100%)’의 5점 척도 표현으로 바꾸어 평가해보니 자가평가 시에도 환자들이 그 차이를 쉽게 구별하였다. 두 번째 문제점은 면담을 해 보니 많은 환자가 7번 문항 “두려움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라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두려움을 느껴도 내가 원하는 삶을 추구한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하니 환자가 쉽게 이해하였다. 세 번째 문제점은 문항의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원척도의 문항을 보고 교신저자가 새로 번역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수정한 후에 면담을 통해 회복평가척도를 사용하였다(부록).
증상평가
본 연구에서는 18문항으로 구성된 간이정신병리척도(BPRS) [5]를 통해 정신병리를 평가하였다. 7점 척도로 평가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심하다고 해석한다. 본 연구에서는 BPRS 총점과 5개 요인 중 사고장애(thought disturbance)와 철퇴/지연(withdrawal/retardation) 요인 점수를 이용하였다[21]. 전자는 양성증상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환각(hallucination), 개념 혼란(conceptual disorganization), 비정상적 사고내용(unusual thought content)의 세 문항 합으로 계산한다. 후자는 음성 증상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감정철회(emotional withdrawal), 운동 지체(motor retardation), 정동 둔마(blunted affect)의 세 문항 합으로 계산하였다.
자료 분석
모든 통계분석은 IBM SPSS Statistics for Windows, version 24.0 (IBM Corp., Armonk, USA)을 사용하였고 유의수준은 p<0.05 (양측검증)로 하였다. 자료 분석은 먼저 변수들에 관한 기술 통계학적 개요를 제시하였고 성별의 비교는 카이제곱검증(chi-square test)으로, 성별에 따른 회복평가척도 점수 비교는 독립표본 t-검정(independent t-test)을 사용하였다. 연령대에 따른 회복평가척도 점수 비교는 일원 분산분석(one-way analysis of variance, ANOVA)을 사용하였고 사후검정은 Scheffe로 하였다. 회복평가척도의 5개 요인과 다른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는 피어슨 이변량 상관계수(Pearson’s bivariate correlation coefficient)를 사용하여 알아보았다.
결과
BPRS 점수와 회복평가척도 점수
BPRS 점수를 보면, 18개 문항의 7점 척도로 구성된 BPRS 총점 평균은 29.1점, 3문항의 합으로 계산된 사고장애 요인 평균 점수는 5.9점, 역시 3문항의 합으로 계산된 철퇴/지연 요인 평균 점수는 6.3점으로 대상 환자들의 정신병리는 아주 경한 상태임을 보여준다(표 1).
회복평가척도의 총 점수와 5개 요인 점수는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총 점수와 5개 요인 점수를 구성된 문항 수로 나누어보면 문항 당 점수에서 총점수(24개 문항)는 3.27±0.53, 요인 1 (9개 문항)은 3.24±0.59, 요인 2 (3개 문항)는 3.72±0.68, 요인 3 (5개 문항)은 3.14±0.84, 요인 4 (4개 문항)는 3.28±0.64, 요인 5 (3개 문항)는 3.12±0.81로 대부분의 환자가 ‘3=반반이다’와 ‘4=그런 편이 많다’ 사이에서 응답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회복에 대한 환자들의 주관적인 견해
39개 문항으로 구성된 5점 척도 질문지의 결과는 표 2에 제시되어 있다. 대상 환자들이 동의하는 정도가 높은 순서대로 나열하였는데 3점 이상, 즉 75% (많이 동의한다) 이상 동의하는 문항은 11개로 표 2에 진하게 표시하였다. 가장 동의하는 비율이 높은 문항은 ‘약을 먹지 않아도 생활을 잘하면 회복된 것이다’였다.
회복평가척도 점수와 사회인구학적 요인/임상 요인과의 상관관계
회복평가척도의 총 점수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인 요인으로는 나이(r=-0.26, p=0.012), 발병 나이(r=0.26, p=0.012), 유병 기간(r=-0.52, p<0.001), 입원횟수(r=-0.46, p<0.001)이었고, 증상은 유의한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표 3).
고찰
본 연구의 목적은 외래치료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회복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알아보고 나아가 회복평가척도를 통해 그들의 회복 의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은 회복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양하게 기술하였다. 구체적으로 약 복용, 일과 직업, 삶에 대한 긍정성(행복, 희망, 자신감, 평온, 의미 등), 자기 통제, 증상과 문제행동, 대인관계, 사회생활, 사회기능, 신체 건강, 결혼, 병에 대한 기억 등이었다. 환자들의 주관적인 대답을 존중하기 위하여 가능한 환자가 표현하는 말 그대로 수집하였고, 본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과 다른 정신과 의사 2명이 함께 모여 중복되는 표현을 하나로 묶었다. 예를 들면 ‘집 밖에서 잘 보내면 회복된 것이다.’와 ‘사회생활을 잘하면 회복된 것이다’의 경우 후자의 표현으로 통일하였다. 또 ‘귀에서 소리가 안 들리면’,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생각이 안 들면’,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를 줄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면’, ‘나쁜 생각들이 계속 떠오르지 않는다면 나는 회복된 것이다’의 경우에는 모두 ‘심한 증상(환청, 망상 등)이 없으면 회복된 것이다’로 표현하였다. 39개 문항 중 75% (많이 동의한다) 이상 동의하는 문항은 11개였는데, 구체적으로 약 복용, 사회생활 3개(사회생활, 일상생활, 사회기능), 삶에 대한 긍정성 4개(행복, 희망, 자신감, 평온), 증상, 직업, 통제력에 대한 것이었다. 임상가의 관점에서 볼 때,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 약 복용을 하지 않고 잘 지내는 것, 사회생활을 잘하는 것, 증상이 없는 것, 직업을 가지는 것 등은 예상되는 회복기준이지만 삶에 대한 긍정성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삶에 대한 긍정성에 대해 환자들은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진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해 나갈 수 있다면’,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면 회복된 것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증상과 사회기능을 중시하는 임상가의 견해와는 차이가 나는 점이다. 이러한 삶에 대한 긍정성이 75% 이상 동의하는 11개 문항 중에서 4개로 제일 많았다는 것은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가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본 연구결과는 Law와 Morrison17)의 회복에 대한 정신과 환자들의 견해조사 결과와 많은 차이가 있다. 그들 연구에 의하면 정신과 환자들은 회복기준으로 삶의 질 성취하기, 자신에 대해 더 좋은 감정 갖기, 안녕 상태 유지하기,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기, 한 인간으로서 행복감을 느끼기,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만족스럽고 희망찬 삶을 누리기,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믿기, 삶의 목적과 의미 부여하기 등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그들이 회복에 대한 질문 문항을 만들 때 환자에게 직접 질문하여 문항을 만든 것이 아니라 회복에 대한 기존의 문헌을 참조하여 전문가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신병 환자의 주관적 회복과정에 대한 많은 질적 연구들을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환자의 회복과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희망, 정체성, 삶의 의미, 주인의식(empowerment)이라고하며[14-16], 본 연구에서 나타난 삶에 대한 긍정성은 그것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환자의 회복 의지와 사회인구학적 및 임상 요인과의 상관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한국판 회복평가척도 점수와 나이, 발병 나이, 유병 기간, 입원횟수, 성별, 증상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본 결과 나이, 발병 나이, 유병 기간, 입원횟수 등은 회복 의지와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지만 성별과 증상에서는 유의한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다(표 3).
환자의 나이는 한국판 회복평가척도의 총 점수와 요인 1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 요인 3 (목표와 성공 지향성)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표 3). 나이별로 비교해 보면 한국판 회복평가척도의 총 점수에서 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하여 유의하게 높았으며, 점수가 높은 순서는 30대, 20대, 40대, 50대 순이었다. 특히 30대와 20대는 40대와 50대에 비하여 회복평가척도의 요인 중에서 요인 1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 요인 3 (목표와 성공 지향성), 요인 4 (타인을 신뢰하고 의지하기)의 3개 요인의 점수가 유의하게 높았는데 이것은 30대와 20대가 40대와 50대에 비하여 회복 의지가 강함을 보여준다(표 4).
나이별 비교에서 가장 유의한 차이를 보인 요인은 요인 3 (목표와 성공 지향성)으로 30대와 20대는 40대와 50대에 비하여 유의하게 높았고 40대는 50대에 비하여 유의하게 높았다(표 4). 요인 3은 5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문항은 개별적으로 목표 달성과 성공에 대한 의지를 직접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다음으로 나이별에 따른 유의한 차이를 보인 요인은 요인 1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로 9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문항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30대와 20대는 40대와 50대에 비하여 자신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 가지고 있으며 반면 50대는 그러한 요소가 가장 낮음을 보여준다. 요인 4 (타인에게 의지하기)는 50대가 다른 연령군에 비하여 유의하게 낮았는데 이것은 50대에 속한 조현병 환자의 경우 주 보호자가 부모가 아닌 형제자매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본 연구에서는 50대 환자가 8명으로 가장 숫자가 적었으며 그들의 주 보호자는 모두 환자의 형제자매들이었다. 요인 4는 4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50대에 속한 사람들은 친구가 거의 없으므로 모든 것을 가족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고, 환자의 형제자매는 부모와 비교하면 환자가 무조건 의지하기 어려우므로 다른 연령층에 비하여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요인 2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는 의지)와 요인 5 (증상에 압도되지 않기)에서는 연령대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3문항으로 구성된 요인 2는 회복평가척도의 5개 요인 중 문항별 평균점수에서 가장 높았다(표 1). 이것은 연령대와 관계없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문항으로 구성된 요인 5 (증상에 압도하지 않기)는 회복평가척도의 5개 요인 중 문항별 평균점수가 가장 낮았다(표 1). 이것은 모든 연령층에서 환자의 병과 증상이 여전히 환자의 삶을 괴롭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대에 따른 회복 의지의 차이는 유병기간, 입원횟수, 발병 나이와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표 3). 본 연구에서는 유병기간이 길수록 회복평가척도의 총 점수가 낮았고, 요인 1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 요인 3 (목표와 성공 지향성), 요인 4 (타인을 신뢰하고 의지하기)의 점수도 낮았다. 유병기간이 길수록 환자의 회복 의지가 떨어지는데, 특히 목표를 설정하고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힘과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이 현저히 감소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회복 의지와 입원횟수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입원횟수가 증가할수록 회복평가척도의 총 점수가 낮았고, 요인 1 (개인적 자신감과 희망), 요인 3 (목표와 성공 지향성), 요인 5 (증상에 압도되지 않기)의 점수도 낮았다. 유병 기간과 입원횟수의 차이점은 유병기간이 길수록 타인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이 감소하였고, 입원횟수가 많아질수록 환자가 증상에 압도되는 경향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발병 나이와 회복 의지와의 연관성은 늦게 발병할수록 회복 의지가 높았는데, 이러한 결과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발병 나이가 어릴수록 예후가 나쁘다는 사실22)과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다. 나이, 발병 나이, 유병기간, 입원횟수와 회복평가척도 간의 상관관계를 종합하면, 늦게 발병할수록, 연령대가 30대와 20대일수록, 유병 기간이 짧을수록, 입원횟수가 적을수록 회복에 대한 의지가 높음을 보여준다.
증상과 회복 의지와의 상관관계에서는 회복평가 척도의 총점수와 BPRS 총점수, 사고장애 요인 점수, 음성 증상 점수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BPRS의 사고장애 요인 점수가 높을수록 요인 5 (증상에 압도되지 않기) 점수는 낮았다. 이것은 정신병적 증상이 심할수록 환자가 증상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현병 환자에서 증상의 호전과 개인적 회복에 대한 메타분석 연구결과는 증상의 심한 정도와 개인적 회복 간에 부정적 상관관계가 있지만, 그 정도는 작거나 중간 정도라고 보고된다[23].
본 연구의 제한점은 대학병원에서 외래치료를 받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 중에서 증상의 정도가 가벼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회복에 대한 주관적 견해와 회복 의지 결과를 전체 조현병 환자들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증상이 심한 조현병 환자와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회복연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또 회복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기능이나 인지기능, 복용하고 있는 항정신병 약물의 용량과 같은 다른 주요 요인들을 조사하지 않은 것도 한계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조현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회복에 대한 그들의 주관적 견해와 의지를 조사하였다는 점에서 조현병 환자의 회복 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전통적으로 정신과 임상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치료결과로서 증상의 호전과 사회기능의 회복을 가장 중시한다. 그러나 본 연구결과는 삶에 대한 긍정성이 환자의 주관적 회복기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를 치료할 때 임상가가 환자가 생각하는 주관적 회복기준에 많은 관심을 둔다면 회복에 대한 환자의 의지를 강화하고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회복에 대한 개념도 조현병의 한 가지 주요 치료결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