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증적 장애로 입원 중인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의 심리적 수용 및 회복을 위한 구조화된 집단 수용전념치료의 효과: 예비 연구
Effects of Structured Group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for Psychological Acceptance and Recovery Among Inpatients With Psychotic Disorder: A Pilot 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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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Objectives
Psychosocial intervention method is very important for clinical recovery and personal recovery for psychosis.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 is a trans-diagnostic approach that has been proven effective in the recovery for psychosis but there are few studies in South Korea testing its effects. In this paper, the structured protocol, ‘Group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for Psychosis Recovery (G-ACTp)’ was adopted and a systematized manual was developed to investigate the effects on psychological acceptance and recovery.
Methods
17 patients receiving treatment for psychotic symptoms were randomly assigned to the treatment group and control group, respectively. The treatment group (n=9) received G-ACTp for 5 weeks in addition to the treatment as usual, and the control group (n=8) waited with only the treatment as usual, and the scores of pre assesment, post assesment, and follow-up assessment for acceptance, recovery, mindfulness, psychotic symptoms, depression, anxiety, and quality of life were all compared.
Results
As a result, there was a significant interaction effect of time and group in acceptance and recovery variables. Also, in the mindfulness variable, there was a significant trend in the time and group interaction. There were no significant effects on psychotic symptoms, depression and anxiety symptoms, and quality of life variables.
Conclusion
As a result of this study, it was mentioned that the ACT for psychosis can be widely used as an effective method in the personal recovery of psychosis, and that results can be linked to the application of mental health services in South Korea. Finally, the significance and limitations of the studies were discussed.
서 론
일반적으로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병적 장애는 병리의 과정에 있어 개인적 변화와 기능장해가 가장 심하며, 그 어떤 다른 정신과적 질환 중에서도 치료하기 어려운 장애로 간주되어 왔다. 증상 자체 뿐만 아니라 안녕감을 포함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신병적 장애의 회복 여정은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또한 항정신성 약물 치료가 정신증의 양성 증상 및 음성 증상에 대해 다루어 주고 있기는 하지만, 약물치료에 대한 정신사회적 성과에 대한 영향은 혼재되어 있다는 결과가 다수 나타났다[1]. 또한 심리사회적 치료와 약물 치료를 모두 받는 환자의 경우 재발률도 매년 20%에 이르며, 약물 치료만 받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시사된다. 게다가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즉 치료 저항성의 환자가 10%-60%까지도 보고되는 등 다른 장애에 비해 상당히 많은 편이다[2,3]. 만성적이고 심각한 정신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증상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가족 문제, 경제적 문제 및 사회적 문제와 같이 실질적인 삶에서의 해결 과제들이 여전히 주요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4,5]. 특히 우리나라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현병 및 망상장애 등의 정신증적 장애의 경우 전체 정신장애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비용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2006년 비용이 1조 9,682억 원에서 2015년 3조 4,079억 원으로 83% 증가되어 연평균 6.3% 가량 증가된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6]. 이렇듯 정신증적 장애는 치료되기 어렵고, 개인의 삶에서 장기적인 과정을 통해서 볼 때, 지속적으로 동반되는 손해와 역기능이 불가피하다. 설령 증상의 개선이 있다고 하여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질적인 삶의 개선까지 이끌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르며, 이에 따른 전반적인 비용 부담이 큰 것이 자명하다.
그렇기에 임상적인 접근이 아무리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여도 이 자체가 환자의 안녕감과 실질적인 삶의 만족도를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치료가 어렵고, 증상이 호전된 이후에도 주관적인 만족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다보니 환자 본인이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이들을 다루는 치료진들 역시 소진감을 느끼기 쉽고, 그 외에도 비용 및 체계의 한계로 인해 활용되는 심리사회적 치료방법의 개수나 범위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편, Anthony [7]를 필두로 하여 정신장애에 대한 회복(recovery) 및 정신 재활의 관점이 등장하였으며, 약 1990년대부터 심각한 정신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위한 정신재활의 패러다임이 탄생하게 되었다. 정신재활은 ‘정신질환의 진단을 받은 사람도 의미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라는 회복(recovery)의 비전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정신과적 장면에서 많은 연구자들은 신체장애로부터의 재활과 회복 모델에 기반을 두어 심각한 정신질환으로부터의 회복의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7-12]. 회복 접근법을 시행한 종단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50%-70% 가량은 회복 상태에 이를 수 있었다고 한다[13].
회복의 관점을 확장하여 심리사회적 개입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신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 for Psychosis, CBTp)는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의 특수한 어려움에 맞추어 정서장애를 위한 CBT를 수정한 것이며, 구조화된 CBTp는 장점이 많아 그동안 많이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CBTp는 정신증 전반이나 개인적인 회복을 다루기보다는 특정한 증상이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14,15]. 한편, 정신증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망상적 사고나 환각 등의 정신증적 증상의 경우 그 경험을 제거하거나 감소하기 위해 이를 지나치게 억제하거나 통제하려는 시도하는 등 이른바 저항(resistance)하거나[16], 몰두(entanglement)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고통과 역기능을 강화시키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쉽다[17-19]. 결국 이렇게 내적 경험을 회피하는 과정은 정신장애의 당사자로 하여금 중요한 삶의 목적을 추구하는데 방해가 된다. 이와는 대조되는 과정 중의 하나는 수용적 접근(acceptance approach)으로서, 정신증적 경험에 대해 더 적응적인 반응이 될 수 있다. 또한 심리적 역기능과 문제 영역들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렇기 때문에 진단에 관계없이 그 어떤 문제도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즉 공통적인 과정을 치료의 표적(target)으로 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는 심리적 유연성을 촉진하는 범진단적 접근법(transdiagnostic approach)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대표적인 제 3동향의 인지행동치료 중 하나이다[20]. 수용전념치료는 심리적 경직성과 인간의 심리적 고통에 대해 언어(혹은 관념)가 기여하는 방식을 최소화하려고 시도하면서 가치 지향적인 삶과 심리적 유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길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독특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20]. 즉 어떤 증상을 호소하는지에 관계없이 수용전념치료는 행동 변화를 이끌고 삶의 질과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선행연구를 통해 살펴보면, 정신적 안녕감의 핵심 요소는 심리적 유연성으로 고려되었다[21]. 또한 치료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수용(acceptance)을 통해서 당사자는 증상이나 고통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를 탐색하고, 증상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하며 증상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삶에 포함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더 넓은 삶의 경험과 대인관계의 맥락에서 환각이나 망상의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증상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면, 삶의 붕괴와 고통을 줄이는 것에 기여할 수 있다[18]. 또한 심리적 장애물을 수용한 후 삶에서 가치로운 방향을 선택하여 전념한다면 기능적인 회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단 형태로 수용전념치료를 적용할 때, 경험적인 연습과 비유 등의 상호작용과정이 포함되어 있어 유용하며, 예를 들어 모델링과 노출 기법 등을 통해 기꺼이 경험하기나 수용, 전념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등 이점이 많아[22], 전달 방식과 효과성을 모두 고려할 때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정신증적 증상을 경험하는 개인을 위한 치료적 방법으로 수용전념치료는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은 급성기 및 만성적인 과정에 이르는 당사자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질환을 지닌 당사자들에게 즉각적인 도움 및 지속적인 관리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 강제로 입원하는 경우가 많기에 환자들은 자발성과 동기가 부족할 수 있고, 따라서 기꺼이 치료에 참여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또한 입원에는 개인적 및 사회적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입원 일수를 줄이기 위해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23]. 따라서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에서 양질의 서비스 제공 및 비용절감을 위한 목표로 전달 및 시행이 효율적인 치료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신증적 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을 위한 심리적 개입과 관련한 문헌은 다른 장애에 대한 연구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범진단적 접근법인 수용전념치료를 활용한 연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서구에서 진행되어 왔다. 선행연구인 Bach와 Hayes [5]에 따르면, 입원한 정신증적 환자들이 수용전념치료 시행 후 추수 평가 시점에서 재입원율이 유의하게 낮아졌음을 보고하였다. 또한 Gaudiano와 Herbert [24]의 결과를 고려할 때, 수용전념치료 시행 후 통제 집단에 비해 치료집단은 환청과 관련되는 고통감이 유의한 수준으로 감소되었음을 검증하였다. Tyrberg 등[25]은 치료집단에서의 입원률이 통제집단에서의 입원률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되었음을 제시하였고, Gumley 등[26]의 연구 결과 정신증에 동반되는 우울증을 다루기 위한 구조화된 수용전념치료를 시행한 집단은 통제집단에 비해 우울의 향상 및 추후의 심리적 유연성의 향상이 유의하였음이 검증되었다. 입원환자를 위한 개인 수용전념치료를 시행 후 증상 및 기능의 유의한 증가를 나타내었던 연구도 존재한다[27]. 즉, 해외에서 정신증적 장애를 위한 수용전념치료 관련 연구는 2002년에 시작되었으나, 20년 가량의 기간이 경과한 것에 비하면 현재까지는 기대에 비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그 중에서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입원한 대상자를 바탕으로 결과를 검증한 해외 연구는 전체의 절반 가량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상대적으로 지역사회(community) 중심으로 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유럽 등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나마도 국내에서는 정신증적 장애가 있는 대상군으로 수용전념치료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입원 장면이나 지역사회 기관 등을 막론하고 거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신증이 있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증상, 심리적 수용 및 회복 경향성, 삶의 질, 정신 증적 증상, 우울 및 불안에 끼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치료의 효과를 검증하기에 앞서,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구조화된 심리사회적 방법인 집단 수용전념치료(Group-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for psychosis, G-ACTp) 프로토콜[22,28]을 토대로 치료 매뉴얼을 고안하는 것에 주력하였다. G-ACTp는 런던 남부 지역에서 정신증이 있는 당사자를 위한 치료를 고안하려는 시도에서 발전되어 왔다. 연구자들은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의 재발을 줄이기 위한 단기 수용전념치료적 개입과 마음챙김 기반의 치료를 시행하였는데, 정신증 조기 개입 및 지역사회 집단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였고, 이후에는 입원 병동 환자들에게 적용해 왔다. 인생의 ACT 연구(ACT for life study)가 진행되었는데, 영국 내 통상적인 지역사회 정신증 서비스 장면에서 표준화된 프로토콜에 따라 시행한 치료의 타당도와 만족도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고, 예비적 시행 후 기능 수준의 개선과 심리적 유연성의 향상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였다[29].
한편 그동안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서비스는 다른 어떤 것보다 객관적인 증상 개선, 즉 임상적 회복(clinical recovery)을 주된 목표로 맞출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었다. 임상적 회복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개인적 회복(personal recovery)은 지역사회에서 타인들과 관계 맺고 삶의 새로운 의미와 희망을 찾는 과정으로 정의되는데[7], 우리나라에서는 이렇듯 의료기관이 주도하는 체계를 유지하다보니 개인적 회복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벽이 여전히 널리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30]. 정신건강서비스에서 개인적 회복은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주요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를 충분히 이끌어내는 심리사회적 접근이 적극적으로 시도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정신증적 장애로 진단 받은 당사자의 회복에 있어 적합한 심리사회적 개입 방법으로 수용전념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고려한 후, 정신증적 장애로 치료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용 및 회복을 위한 수용전념치료를 개발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증의 회복을 위한 수용전념치료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치료의 핵심 변인인 수용 및 마음 챙김의 정도가 치료 전보다 치료 후에 향상될 것이다. 둘째, 수용전념치료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치료 전보다 치료 후에 회복의 정도가 증가될 것이다. 셋째, 수용전념치료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치료 전보다 치료 후에 정신증적 증상, 우울 및 불안의 정도가 개선될 것이다. 넷째, 수용전념치료 집단은 통제 집단에 비해, 치료 전보다 치료 후에 삶의 질의 정도가 향상될 것이다.
방 법
연구 대상 및 절차
본 연구의 참가자들은 경기도 소재의 Y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참가자의 모집은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의 목적을 포함한 정보가 기재된 홍보 포스터를 병동에 게시하여 자발적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하였던 한편, 원내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을 통해 적합한 대상자에 대한 추천을 받았다.
연구 대상자의 포함기준은 18-65세 사이의 성인, DSM-5 기준에 따라 조현병으로 진단된 환자, 지난 6개월 동안 증상이 지속된 환자, 항정신병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 연구 동의서를 읽고 작성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다. 배제 기준은 지적 장애로 진단 받은 사람, 의미 있는 참여가 어려울 정도로 대화 능력이 부족한 환자, 지난 1개월간 항정신 약물의 변화가 있는 환자, 물질이나 약물로 인해 정신증적 증상을 보이는 환자, 병동에 입원한 지 1주가 안 된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자발적인 신청 및 추천을 받아 모집된 참여자들의 진단 및 치료력에 대해 주치의를 통해 전달받았으며, 이와 별도로 연구자가 언어적 이해력 및 쓰기 능력에 대한 적합도 선별을 진행한 후 기준에 합당한 자들만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총 43명의 등록 인원 중 적합도 평가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탈락하거나, 연구 진행에 동의하지 않은 인원이 모두 26명이었으며, 총 17명의 인원이 연구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후 무선 배정을 통해 치료집단에 9명, 통제 집단 8명이 각각 할당되었고, 이들은 사전 평가를 완수한 후에 치료 집단은 5주간 기존의 치료와 정신증의 회복을 위한 집단 수용전념치료를 받았으며, 통제 집단은 5주간 기존의 치료만 받은 채 대기하였다. 치료 직후 사후 설문을 시행하였으며, 1개월 후 각 집단은 모두 추후 평가를 시행하였다. 각 집단에서 개인 사정을 이유로 각각 1명씩 중도 포기하였다. 연구절차에 대한 도식을 그림 1에 첨부하였다.
한편, 본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으며(기관 승인번호: 2019-28), 연구의 참여자들은 연구의 목적과 참여 인원, 연구의 과정, 보상과 이득/불편에 대한 사항, 개인정보의 비밀 보장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구 참여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동의 의사를 표시하였다. 참여자들은 무료로 심리치료를 받았으며, 모든 설문을 완료할 경우 10,000원 상당의 간식 상품권을 제공받았다. 통제 집단의 설문 대상자 역시 최종 설문까지 완료할 경우 마찬가지로 10,000원 상당의 간식 상품권을 제공받았다.
치료 프로그램 내용(정신증의 회복을 위한 수용전념치료)
본 연구에서의 수용전념치료 매뉴얼은 정신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ACT 집단 치료(G-ACTp) 프로토콜에서 출발하여 고안된 O’Donoghue 등 18,28) 의 ‘정신증의 회복을 위한 수용전념치료’ 매뉴얼에 주로 근거하여 개발하였다. 또한 이 자료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위한 수용전념치료 등 기존의 매뉴얼에서 활용된 내용 역시 참고하여 국내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환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시행에 용이하도록 수정 및 보완하여 고안하였다.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구성 요소를 분석한 후 임상심리학 박사인 제1저자가 개발하였고, 임상심리 전문가 과정으로 수련을 받고 있는 연구자 3인이 함께 참여한 세미나에서 상기 내용을 논의하면서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수정 및 보완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프로그램은 집단 치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집단치료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정상화하도록 하며, 보편감(sense of universality)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입원해 있는 당사자들에게 적용하기에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23,28]. 한편 연구팀은 매 회기가 끝난 후 연구 회의를 거쳐, 각 회기에 대한 점검 및 보완 사항을 확인하였으며, 회의록을 통해 각 회기별 참여자들의 반응이나 내용 등 진행된 사항에 대해 기록하였다.
본 치료 프로그램은 모두 5회기로 구성되었으며, 1회 당 각각 90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치료의 내용을 살펴보면, 도입부에 해당하는 1회기에서는 심리적 수용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창조적 절망감을 유도하고, 알아차림 및 마음챙김을 돕는 활동들로 시작한다. 2회기 때 마음챙김 연습을 심화하고, 심리적 통제의 대가(cost)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가치와 전념 행동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3회기와 4회기에는 본 프로토콜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내용이 포함된 ‘버스 운전자와 승객’비유 활동을 소개하고, 체험적인 활동으로 변형하여 가치와 전념 및 장애물에 대한 수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마지막 회기에서는 그동안의 연습들을 심화하고, 회기 내용들을 복습하며 소감을 나누며 마무리 한다. 치료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 표 1에서 요약하였다.
측정 도구
수용 및 행동 질문지(Acceptance and Action Questionnaire, AAQ-II)
심리적 수용의 경향성을 측정하기 위해, Bond 등[31]이 개발하고 Hur 등[32]이 번안한 수용 및 행동 질문지를 사용하였다. 7점 리커트 척도로, 총 10문항으로 이루어졌다. Hur 등[32]의 결과 내적 일치도 계수가 0.85로 나타났으며, 본 연구에서는 0.79로 나타났다.
정신건강회복척도(Mental Health Recovery Measure, MHRM)
Young과 Bullock [33]이 개발하고, Song [34]이 번안 및 타당화한 척도로, 정신장애인의 회복 가능성을 측정한다. 곤경의 극복, 자기 권한강화, 자기 재정의, 기본적인 기능, 전반적인 삶의 질, 새로운 잠재력의 달성, 옹호와 충만감, 영성의 하위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총 28문항이며, 0-4점 리커트 척도로 평정된다. Song [34]의 연구 결과 내적 일치도 계수는 0.95였고, 본 연구 결과에서 0.94로 나타났다.
마음챙김 주의자각 척도(Mindful Attention Awareness Scale, MAAS)
마음챙김 및 주의 자각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Brown과 Ryan [35]이 개발한 질문지로 Kwon과 Kim [36]이 한국어로 번안하여 타당화하였으며, 15문항이며 7점의 리커트 척도이다. Kwon과 Kim [36]의 결과에서는 내적 일치도 계수가 0.86으로 나타났고, 본 연구 결과 내적 일치도 계수는 0.80으로 나타났다.
간이정신진단 검사(Symptom Checklist-90R, SCL-90-R)
정신증적 증상을 측정하기 위해 Derogatis [37]이 개발한 척도를 Kim 등[38]이 번안 및 표준화한 척도이다. 원 척도는 90문항이며, 총 9개의 하위 증상 차원(신체화, 강박증, 대인예민성, 우울, 불안, 적대감, 공포불안, 편집증, 정신증)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개인적 회복과 구분되는 임상적 회복에 대한 기준을 양성증상으로 간주하여, 정신증의 양성 증상에 해당하는 차원을 고려하여[30], SCL-90-R의 전체 문항 중 적대감(6문항), 편집증(6문항), 정신증(10문항)을 측정하는 22문항만을 선별하여 사용하였다. 지난 한 주간 해당 증상을 경험한 정도에 따라 0-4점 리커트 척도에서 평정된다. 내적 일치도 계수는 0.97로 나타났다.
병원 우울 및 불안 척도(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 HADS)
임상장면에서 불안 및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증상 정도를 파악하는 척도이다. Zigmond와 Snaith [39]가 개발하였으며, Oh 등 [40]이 번안하고 한국어 표준화 및 타당도 연구를 한 바 있다. 0-3점의 리커트 척도로, 점수가 높을수록 불편감이 높음을 반영한다. Oh 등[40]의 결과에서 내적 일치도는 불안이 0.89, 우울이 0.86으로 나타났고, 본 연구에서는 불안이 0.94, 우울이 0.85로 나타났다.
삶의 질 척도(Happy-Quality of Life Scale, Happy-QoL)
조현병 환자의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Kook과 Son [41]이 QQLI [42], OLS [43], KmSWN-19 [44], GHQ/GL-12 [45]에 포함되어 있는 문항들을 선별하고, 요인분석 및 문항분석을 통해 재수정하여 제작한 척도이다. 총 3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0-4점의 리커트 척도로 평정되며, 점수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높음을 의미한다. Kook과 Son [41]의 연구에서 Happy-QoL과 GHQ/QL-12 척도와의 상관은 r=0.74 (p<0.01)로 공존타당도가 양호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내적 일치도 계수가 0.88로 나타났다.
결 과
사전 동질성 검증
43명의 중 모집 인원 중 연구기준에 해당하는 참여자만 분석에 포함시켰다. 이에 수용 전념 치료 집단은 8명, 통제 집단은 7명이었다. 이들 간에 인구통계학적 조건 및 주요 결과 변수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세 집단 간의 종속 측정치를 비교하는 χ2 및 t검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연령 및 성별에서 두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종속측정치에 대해서도 두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 결과를 표 2에 제시하였다.
집단 간 비교
수용전념치료 집단과 통제 집단이 치료 전과 치료 후, 추후 시점별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단(피험자 간 변인)과 시기(피험자 내 변인)의 혼합 설계에 따른 반복 측정 변량분석(Repeated-measure ANOVA)을 실시하였다. 분석을 수행하기 전에 변량의 동일성 가정을 확인하기 위해 Mauchly의 구형성 검증을 시행한 결과, 모든 변인이 구형성 가정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추가적으로 Shapiro-Wilk 검정을 시행하였을 때 모든 변수에서 정규성이 검증되었다. 종속 측정치별로 집단과 측정시기의 주효과 및 측정 시기 x 집단의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결과를 살펴보면, 수용에 대해서는 시점의 주효과가 나타났으며, F(2,12)=4.29, p<0.05, 집단 및 측정 시기의 상호작용에서 유의한 효과 역시 나타났다, F(2,12)=5.52, p<0.05. 또한 회복에 대해서는 측정 시기의 주효과가 나타났으며, F(2,12)=6.24, p<0.05, 집단 및 측정 시기의 상호작용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의한 효과가 나타났다, F(2,12)=10.22, p<0.01. 마음챙김 변인에서는 집단 및 측정 시기의 상호작용에 있어 유의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F(2,12)=4.35, p=0.06.
한편, 정신증적 증상에서는 시기나 집단의 주효과 및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우울, 불안 및 삶의 질 변인에서도 유의한 효과가 도출되지 않았다.
고 찰
본 연구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수용 및 회복을 위한 수용전념치료를 시행한 후 효과를 검증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에 대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단 수용전념치료를 적용한 결과 수용 변인의 경우 시점 및 집단의 유의한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났다. 즉, 수용전념치료 집단에서는 사전에 비해 사후 및 추후에 수용의 정도가 향상되었으나, 통제 집단에서는 시간에 따른 수용의 정도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용은 수용전념치료의 가장 대표적인 핵심적 요소이자 과정 변인으로서, 비판단적인 알아차림의 태도를 취하면서 일어나는 그대로의 생각, 감정 및 감각 경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22]. 그리고 수용은 억제와 회피 전략과는 다르게 정신증적 경험에 더 적응적인 반응이 될 수 있다[18]. 즉, 단순히 경험을 참거나 체념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정신증적 증상을 포함한 심리적인 현상에 고심하지 않고, 여유를 두며 전폭적인 의지로 다가가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사용한 구조화된 매뉴얼에서는 주로 내적인 경험에 대한 개방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수용을 작용하였으며, 참여자들이 기꺼이 경험을 받아들이면서 심리적 유연성이 증진하였던 결과를 뒷받침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집단 수용전념치료를 적용한 결과 회복 변인에서도 시점 및 집단의 유의한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났다. Jolly 등[46]의 연구에 따르면 치료집단에서 회복의 정도가 증가되었다는 결과가 있었다. 임상적 회복과 달리 개인적인 회복은 ‘삶에서 희망과 의미를 찾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7,47]. 수용전념치료를 통해 참여자들은 이전과는 달리 스스로를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 불편감에 대해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회득할 수 있고, 어려움을 관리하고 권한을 강화시키며 자신에 대해 더욱 더 잘 이해하고, 개방적으로 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셋째, 마음챙김 변인에서는 시점 및 집단의 상호작용에 있어 유의한 경향성이 나타났다. 마음챙김적 방법이 정신증적 경험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선행 연구는 이 같은 결과를 지지해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스로 정신증적 경험과 얽혀드는 것(entanglement)과 경험 회피를 줄이기 위하여 마음챙김 연습을 통한 상위인지적 자각(metacognitive awareness)을 발달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한 문헌을 비롯하여[48], 마음챙김 기반의 개입이 정신증 증상으로 고통 받는 개인들에게 유용하고 만족스럽다는 결과가 도출된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49,50]. 본 연구 결과에서는 마음챙김 변인에서 유의한 경향성(trend)이 도출되기는 하였으나 후속 연구에서는 보다 많은 표본 수를 통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상호작용 효과에 이르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넷째, 정신증적 증상, 우울 및 불안 증상 변인에서는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상기 변인들은 모두 정신건강문제를 반영하는 증상의 측정치로서, 회복의 범주 중 임상적 회복(clinical recovery)과 관련된 변수에 해당한다. 사실상 초기부터 회복 패러다임에서는 질병의 치유라는 의미의 임상적 회복보다는 개별적인 삶의 의미를 강조하는 개인적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7]. 수용전념치료의 초점은 증상 자체가 아니라 증상과 개인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는 개인이 보다 더 가치 있는 행동에 집중하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51]. White 등[52]의 결과에 따르면 ACT를 시행한 집단과 통제집단은 양성 증상에서의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Shawyer 등[53]의 결과에서도 수용 기반의 인지행동치료 집단과 통제 집단은 시간에 따른 명령 환각 증상의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연구들을 종합할 때, 수용전념치료를 통해 증상 자체의 개선을 기대하는 것이 회복 접근법에서 지향하는 바와는 다소 상충되는 방향일 수 있다고 보인다. 회복 접근법에 의하면, 회복은 증상의 제거와 동일하다는 입장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 집단심리치료는 5회기의 단기 치료 프로그램으로, 고통스러운 생각, 감정 등 내적 경험에 반응하는 유용한 방법을 익히는 것에는 도움을 줄 수 있었으나, 증상 자체의 개선을 가져다주기에는 충분한 시간 할애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증상의 감소를 위해서는 임상적 회복을 위한 기존의 방법들이 활발하게 활용되거나,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고려된다.
또한 삶의 질 변수의 경우에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전반적인 삶의 질에 대한 만족에는 심리적인 요소 뿐만 아니라 주거나 가족, 친구의 지지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의 도움이 기여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는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입원중인 당사자들의 삶의 질과 주관적 만족도가 확보되기에는 입원 환경이나 체계 자체의 제한 역시 존재하기에, 병동 입원 중에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제도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구조화된 집단 수용전념치료 프로토콜을 사용하여 정신증적 증상이 있는 대상자에게 적용하여 심리적 효과를 검증한 국내 최초의 연구라 할 수 있다. 조현병으로 입원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용전념치료기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하여,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존재하지만[54], 정신증을 경험하는 당사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 프로토콜을 직접적으로 활용한 연구는 현재까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수용전념치료가 범진단적 접근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치료를 진행하기 위한 구조화된 프로토콜이 주로 외래 기반의 우울 및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대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프로토콜 자체가 개발된 시점이 상대적으로 최근이었기 때문에 진행된 연구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도 정신증이 있는 당사자를 위해 수용전념치료의 접근을 시도한 다양한 연구가 전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본 연구는 수용전념치료 후 만성 정신장애가 있는 환자의 개인적인 회복 향상이 유의한 것으로 검증되어, 향후 임상 현장에서 회복 접근법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회복 접근법은 당사자가 자신의 삶에 다시 주도권을 가지고, 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정서적 고통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여전히 증상이 있지만 증상과 함께 살아가면서 풍요로운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55]. 수용전념치료를 통해서 개개인은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살면서 정체성과 주도권을 다시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복접근법과 수용전념치료적 접근법은 이렇듯 지향점이 비슷하며, 회복 접근법을 취하는 정신건강의학과 현장에서는 수용전념치료를 더욱 활발하게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본 연구를 통해 입원 중인 당사자들을 위한 치료로서 수용전념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하였으므로, 국내의 입원 시설에 있는 만성 정신질환자의 심리사회적 개입의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시사된다. 우리나라에서 중증정신질환의 치료와 재활은 전통적으로 의료모델에 입각하여 아직까지는 입원중심 치료 서비스에 의존하는 구조에 가깝다[56]. 하지만 입원 병동에서 제공하는 개입은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달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당사자들의 입퇴원이 잦고, 강제로 입원한 경우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치료에 관여하기를 원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사용한 수용전념치료는 단기 회기로 진행되어 입,퇴원이 잦은 병동 환경에서 시행하기 적합하며, 난이도가 적합하고 비유와 명상 등의 체험, 시각적 자료를 활용한 워크북 내용 등 흥미로운 내용으로 구성되며 직관적인 이해가 쉽다. 향후 이러한 프로토콜을 토대로 수용전념치료를 국내의 정신의료기관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흐름을 통해 지역사회 기반의 대상자를 위한 연구를 확장하는 것과 더불어 실제의 치료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수용전념치료의 범진단적 특성 및 치료적 구성요소를 고려할 때, 본 연구를 시작으로 후속 연구가 충분히 전개된다면 만성 정신장애가 있는 대상자 뿐만 아니라 조기 정신증이 있는 대상자나 지역사회의 구성원 등을 중심으로 예방적 접근을 시도할 기회 역시 마련할 수 있다. 수용전념치료는 정신증에 수반되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에 대한 반응을 유연하게 하는 것에 도움을 주게 되므로, 개인이 스트레스나 정서적 부담이 많은 시기에 불편감을 없애려 애쓰기 보다는 적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략을 마련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마련해 줄 수 있다. 따라서 이미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환자들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많은 대상들에게 조기 개입할 수 있는 방략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한계점 및 향후 연구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는 낮은 표본 수로 인하여 무선 할당을 하지 못하였다. 자발적인 참여자나 주치의의 추천을 통한 선발을 모두 시도하였으나, 참여를 원하는 대상자 수 자체가 적었으며, 적합도 선별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된 참여자 수는 더욱 적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초의 신청 인원 중 최종 설문까지 완수한 인원은 34.9%에 불과하였다. 또한 추측컨대 폐쇄병동의 특성 상 비자발적 입원을 한 대상자들의 비율이 아직까지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음성 증상을 지니고 있어 낮은 동기 수준으로 인해 자발적인 치료의 참여의 기회가 제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 연구는 변량의 동일성 및 등분산성 가정을 충족시켜 모수적 통계방법을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한 셀 당 표본수가 7-8명에 그쳐, 결과를 안정적으로 해석하기에는 제한이 따른다. 후속 연구에서는 후속 연구에서는 통계적 결론 타당도를 높일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참여자 수가 확보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본 연구의 대상자는 모두 입원치료 장면에서 기존의 치료를 받고 있는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나, 이들이 특정적으로 어떠한 방법의 치료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인하거나 조건들을 통제하지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를 감안하여 각 대상자가 받고 있는 치료 방법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본 연구는 추후 평가의 시기가 1개월로 짧아 또 다른 한계로 시사된다. 연구 결과 정신증적 증상이나 우울, 불안 등의 측정치에 대한 개선이 유의하지 않았던 것을 통해 볼 때, 보다 더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1개월보다 더 긴 간격으로 추수 평가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본 연구에서 사용한 평가 도구들은 모두 자기 보고식 척도들로 구성되어 있어 제한점으로 고려된다. 당사자가 직접 질문에 응답하는 방식은 객관적 검사에 해당하지만 스스로의 상태를 편향하여 보고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하며,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에는 한계가 따른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임상가가 직접 PANSS [57]나 BPRS [58] 등 구조화된 임상적 면접을 통해 증상 및 심각도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 론
본 연구는 정신증적 증상이 있는 대상자를 위한 수용전념치료 프로토콜을 고안하고 시행하여 수용 및 회복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통합적으로 고려한 연구이다. 연구 결과 수용전념치료를 통해 수용과 회복 변인에서의 유의한 향상이 있었음이 검증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추후 평가에서까지 지속되었다. 본 연구의 시사점을 고려하고, 한계점을 보완하여 향후에 만성 정신장애가 있는 당사자들을 위해 수용전념치료적 접근을 시도한 많은 연구들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서 심리적 고통감을 없애는 것에 주력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이 이를 지니고도 충분히 삶을 잘 살아가도록 돕는 시도가 정신건강의학과 현장에서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