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의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발병 1년 후 임상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기반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
One-Year Clinical Outcomes After Diagnosis According to Early Medication Adherence in First-Episode Schizophrenia: A Nationwide, Health Insurance Data-Based Retrospective Cohort Study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Objectives
Early pharmacologic intervention is considered necessary for improving the prognosis in patients with first-episode schizophrenia (FES). However, few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ies have focused on early medication adherence. We investigated the status of early adherence to antipsychotics and the effect of early adherence on later clinical outcomes in FES.
Methods
We used data from the South Korean Health Insurance Review Agency database (2009-2021). We selected 28,931 patients with FES who had a prescription record of at least one antipsychotic medication within 180 days after their diagnosis. We measured early medication adherence using the medication possession ratio (MPR) and compared demographic characteristics and results of psychiatric hospitalization between the adherence group (0.6≤MPR<1.1) and the non-adherence group (MPR<0.6).
Results
The average early medication adherence was 0.82 by MPR, and the non-adherence group accounted for 15.6% of all subjects. From 1 to 2 years after diagnosis, the adherence group showed a higher number of psychiatric hospitalizations per hospitalized patient but a shorter duration than the non-adherence group. Additionally, the proportion of patients who experienced psychiatric hospitalizations was smaller in the adherence group.
Conclusion
In patients with FES, early medication adherence is associated with lower rates of psychiatric hospitalization and shorter hospitalization durations.
서 론
조현병은 환각, 망상 등의 양성 증상과 사고, 감정, 의욕 등이 빈곤해지는 음성 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와해된 언어와 행동으로 사회적 기능의 상실을 초래할 수 있는 정신병적 질환이다. 평생 유병률은 약 1%로,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질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1,2]. 2010년에서 2015년 사이 한국에서의 조현병 1년 유병률은 최저 0.40%에서 최고 0.52%로, 연간 발병률은 100,000인년당 최저 77.6명에서 최고 88.5명으로 보고되었다[3]. 또한, 한국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조현병으로 인한 총 직접적 의료 비용은 약 8,680억원, 총 간접적 비용은 약 5.79조원으로 추산되었다[4].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은, 조현병이 주로 젊은 연령대에 발병하고 증상이 지속되면서 잘 치료되지 않는 만성적인 경과를 보인다는 특징과 연관이 깊으며, 이러한 만성적인 예후를 개선시키려면 조기에 병을 발견해 개입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5,6]. 따라서 조현병의 전구 증상만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조기 개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여러 요인으로 인해 최적의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고려하였을 때[7], 차선책으로 조현병을 의료기관에서 처음 진단받고 난 뒤의 초기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이후 경과에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초기 치료 순응도에 따라 후기 경과가 달라지는지 알아보는 것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조현병 환자를 관리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조현병의 초기 치료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항정신병 약제를 포함한 약물치료가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8,9]. 항정신병 약제는 조현병의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을 감소시킴으로써 임상적 결과를 개선하며, 조현병 환자가 일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정신병 약제를 장기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10-12]. 그러나 조현병 환자의 경우 낮은 교육 수준, 부족한 병식과 사회적 지지 체계 등의 이유로 투약 순응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13,14].
지금까지 조현병 환자의 투약 비순응에 따른 결과를 연구한 방법으로는 크게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한 단면 연구[15,16]와 보험청구자료나 처방자료를 기반으로 한 후향적 자료 분석 연구[17-22]로 나눌 수 있다. 두 기존 연구 방법에는 제각기 한계점이 있는데, 설문조사나 인터뷰로 정보를 얻을 경우 대상자의 정신질환이 심각하다면 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상으로 인해 실제와 다르게 보고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고[23], 실제 환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분석한 기존 해외 연구들의 경우 특정 보험 가입자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사회 전체 인구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병적 장애 환자들의 투약 순응도 및 의료이용 특징을 분석한 연구는 있으나[24,25] 조현병 진단 후 일정 기간의 초기 투약 순응도에 주목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Offord 등[20]이 미국의 보험 청구 자료를 바탕으로 조현병 환자의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결과를 분석한 연구가 있으나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를 고려하였을 때 한 사회의 전체 인구 특성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과 유사하게 전국 인구의 의료 이용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스웨덴에서 Boden 등[26]이 조현병 스펙트럼 환자의 투약 순응도에 따른 예후를 분석하였지만 해당 연구에서는 환자의 퇴원 후 투약 순응도에 따른 재입원 결과에 주목하였으며, 전국민의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 중 조현병 진단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결과를 분석한 연구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국 인구 대부분의 의료 이용 정보를 포함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자료를 기반으로 조현병 환자들의 진단 초기 투약 순응도를 측정하고,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후기 입원치료 지표를 분석하여 초기 투약 순응도가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방 법
연구 자료
본 연구는 심평원 데이터베이스로부터 2009년 7월 1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의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제공받아 후향적으로 분석하였다. 한국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국민건강보험 가입이 의무이며, 가입률은 2014년 기준 국가 전체 인구의 98%에 달한다[27]. 이를 기반으로 심평원은 전국의 의료기관으로부터 발생하는 청구 자료를 심사하고 그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며, 연구 목적으로 연구자들에게 자료를 익명화하여 제공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연구자들에게 제공되는 자료에는 환자의 사회인구학적 특성과 검사, 시술, 수술, 약물 처방 등 환자의 의료 이용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연구 대상 선정
2010년 7월 1일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의 기간 중 조현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를 연구 대상자로 선정하여 이들의 의료 이용을 2021년 8월 31일까지 관찰했다. 초발 조현병 환자를 포함하기 위해 연구 대상자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이 설정하였다: 1) 첫 진단 시 주진단명이 F20-29 중 하나로 등록되고; 2) 관찰기간동안 외래환자의 경우 최소 2회, 또는 입원환자의 경우 최소 1회 F20 (조현병)이 주진단명으로 등록된 경우 조현병을 진단받았다고 간주하였다; 조현병이 처음 발병한 환자를 특정하기 위해 3) 첫 진단 이전에 최소 1년동안 F20이 진단명으로 등록되지 않아야 하며; 4) 첫 진단 이전에 자폐스펙트럼장애, 중등도 이상의 지적장애, 지각장애를 동반한 물질 급성중독, 물질에 의한 정신병적 장애, 치매, 다른 의학적 상태로 인한 정신병적 장애 중 한 가지 이상을 진단받은 경우는 제외되었다; 발달장애로 인한 정신병적 장애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정신병적 장애를 제외하기 위해 5) 첫 진단 당시 연령은 18세에서 45세 사이로 한정하였다; 또한, 6) 관찰기간동안 30일 이상의 항정신병 약제 처방 기록이 확인되어야 하며; 초기 투약 순응도를 파악하기 위해 7) 첫 진단 시점으로부터 180일 이내 항정신병 약제 처방 기록이 확인되는 경우만 포함하였다.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결과, 연구 대상자는 총 28,931명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임상연구심의위원회(IRB)의 심의를 면제받고 수행되었다(IRB No. 2022-0907).
분석 방법
먼저, 연구 대상자의 인구특성학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령, 성별, 보험의 종류(급여 여부)에 따른 환자 비율을 알아보았다. 본 연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변수는 투약 순응도이며, 이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서 관찰 기간 대비 약물을 투여할 수 있는 기간의 비율을 의미하는 약물 소지 비율(Medication possession ratio, 이하 MPR)을 사용하였다. MPR은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주로 사용되며, 향정신성 약제의 투약 순응도에 대한 이전 연구에서도 사용되어 왔다[28-31]. 본 연구에서는 진단 초기 투약 순응도를 파악하기 위해 조현병 첫 진단 후 180일 동안 환자가 외래를 통해 항정신병 약제를 처방받은 일수를 총 외래 관찰기간 일수로 나누어서 MPR의 값을 계산하였다(그림 1A). 여러 항정신병 약제를 동시에 처방받아 기간이 중복될 경우 더 긴 기간으로 처방된 약제를 선택해 반영하였다(그림 1B). 환자가 입원하는 경우 입원기간의 투약 순응도는 100%로 간주되기 때문에 입원기간이 관찰기간에 포함된다면 환자의 평균 투약 순응도가 실제 치료 협조도에 비해 과대평가될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첫 진단 후 180일 사이 입원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입원기간 만큼 관찰기간에서 제외하고 외래치료 받은 기간만을 관찰기간으로 인정하였다(그림 1C). 계산된 MPR이 0.4 미만, 0.4 이상 0.6 미만, 0.6 이상 0.8 미만, 0.8 이상 1.1 미만인 총 4개의 군으로 분류하여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환자 수의 분포를 파악했고, MPR이 0.6 이상인 대상을 순응군, 0.6 미만인 대상을 비순응군으로 분류하여 초기 투약 순응도와 연령, 성별, 보험의 종류 등 인구특성학적 요인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하였다.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예후를 판단하기 위한 입원치료 지표로는 조현병 첫 진단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시점까지의 1년동안 정신과적 입원을 경험한 환자의 비율, 입원환자당 평균 입원 횟수, 입원환자당 평균 입원 기간을 선택했다.
순응군과 비순응군 사이 변수를 비교할 때 연속형 자료의 집단 간 비교에는 Welch Two Sample t-test를, 범주형 자료의 집단 간 비교에는 Pearson’s chi-squared test with Yates’ continuity correction을 사용하였다. 통계적 유의성은 p<0.05로 정의하였고, 모든 통계 분석은 R software version 3.5.1 (R Development Core Team, Vienna, Austria)를 통해 이루어졌다.
결 과
2009년 7월 1일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 본 연구의 대상 선정 조건을 만족하는 초발 조현병 환자는 총 28,931명이었다. 여성이 전체의 53.0% (15,327명)를 차지하였고, 의료 급여 환자는 전체의 8.2% (2,378명)로 확인되었다(표 1).
대상자 전체의 초기 6개월 동안 항정신병 약제 평균 투약 순응도는 0.81로, 0.8 이상 1.1 미만인 환자가 전체의 70.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0.6 이상 0.8 미만인 환자의 비중이 전체의 14.7%로 그 뒤를 이었고, 그 다음 0.4 미만인 환자가 8.5%, 0.4 이상 0.6 미만인 환자가 7.1% 비중이었다(그림 2).
연구 대상자 전체를 초기 투약 순응도 0.6 기준으로 나눴을 때 0.6 이상 1.1 미만인 순응군은 24,417명으로 전체의 84.4%, 0.6 미만인 비순응군은 4,514명으로 전체의 15.6%이었다. 순응군과 비순응군 사이에서 성별과 보험의 종류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진단 시 평균 연령(표준편차)은 순응군이 25.1 (6.8)세, 비순응군이 26.2 (6.6)세로 비순응군이 약간 더 높았으며(t=10.082, d.f.=6401.7, p<0.0001) 이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표 2).
순응군과 비순응군 사이에서 진단 후 1년에서 2년 사이의 입원 지표를 분석한 결과 모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 순응군은 전체 환자의 약 21.8%가 정신과적 입원치료를 받은 반면, 비순응군은 30.5%로 확인되어 입원치료를 경험한 환자의 비율이 비순응군에서 유의하게 더 많았다(χ2=162.14, d.f.=1, p<0.0001). 순응군에서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 횟수는 1.6회, 평균 입원기간은 80.3일이었고, 비순응군에서는 각각 1.4회와 97.3일이었다. 순응군이 비순응군에 비해 입원환자 1인당 입원 횟수는 많은 한편(t=-5.9179, d.f.=3458.4, p<0.0001), 입원기간은 짧은 것으로(t=2.7422, d.f.=1894, p=0.0062) 확인되었다(표 3).
고 찰
본 연구에서는 초발 조현병 환자들의 진단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예후를 분석하기 위해 진단 후 6개월간의 MPR을 계산하여 0.6을 기준으로 순응군과 비순응군으로 분류한 다음, 진단 후 1년에서 2년 사이 정신과적 입원을 경험한 환자의 비율, 입원환자당 평균 입원 횟수, 입원환자당 평균 입원기간에 대해 두 군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하였다. 그 결과, 초기 투약 순응도가 높은 군이 낮은 군에 비해 입원할 경우 입원 횟수는 더 많았으나 보다 짧은 기간 내에 퇴원할 수 있었고,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도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초발 조현병 환자 중 관찰기간동안 30일 이상의 항정신병 약체 처방 기록이 확인되는 경우를 연구 대상자로 포함하였다. 연구 대상자의 구성 비율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6% 많았는데, 이는 여성 조현병 환자가 남성 환자에 비해 사회적 기능[32,33]과 인지 기능[34,35]이 더 우수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진단 후 외래 통원 치료에 더 잘 협조되어서 연구 대상자에 더 많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투약 순응군과 비순응군으로 나눠서 비교했을 때 두 군 사이 성별의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는데, Yang 등[36]이 전자투약모니터 용기를 통해 조현병 환자의 투약 순응도를 측정한 국내 연구에서도 순응군과 비순응군 사이에서 성별은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어 조현병 환자의 초기 투약 순응도와 성별 사이에는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본 연구의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순응군과 비순응군의 발병 연령을 비교했을 때 각각 평균 25.1세와 26.2세로, 순응군이 1.1년 일찍 발병한 것으로 본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그러나 Coldham 등[37]이 초발 정신병 환자의 투약 순응도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환자들을 투약 순응도에 기반해 순응군, 불충분 순응군, 비순응군으로 나누어 인자를 분석했을 때 비순응군이 다른 군들에 비해 당시 연령과 발병 연령 모두 젊었다. 본 연구에서는 조현병이 보통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발병한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38]를 참고하여 연구 대상자를 18세에서 45세 사이인 자로 한정했기 때문에 환자의 발병 연령과 투약 순응도 사이의 상관관계가 기존 결과와 다르게 나왔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겠고, 본 연구에서는 첫 진단 후 6개월 동안의 초기 투약 순응도를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젊은 환자가 초기 투약 순응도는 더 양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약 순응도가 불량해질 가능성도 고려하여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정신병적 장애 환자들의 투약 순응도를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 의료 급여 환자의 투약 순응도가 다른 환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높았고[24], 의료 급여가 투약 순응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결과 또한 확인되었다[25]. 본 연구에서는 순응군과 비순응군 사이 의료 급여 환자 비율의 차이가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비순응군에서 의료 급여 환자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어 기존 국내 연구와 유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대상자의 초기 투약 순응도를 의미하는 MPR은 0.82로,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정신병적 장애 환자들의 투약 순응도를 분석한 다른 국내 연구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결과를 보였다. Cho 등[25]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조현병 및 조현병 유사 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들의 투약 순응도를 분석한 연구에서 환자들의 평균 MPR은 0.46이었고 MPR이 0.4 미만인 경우가 50.8%로 전체 환자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 반면, 본 연구에서는 진단 후 첫 6개월동안 MPR이 0.8 이상인 환자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며 평균 MPR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Heo 등[24]이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정신병적 장애를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의 2008년 한 해 동안의 투약 순응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평균 MPR을 직접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MPR이 0.2 미만인 환자가 전체의 97.35%로 대부분을 차지하여 평균 MPR은 매우 낮을 것이라 추측된다. 기존 국내 연구들과 비교해 본 연구에서 평균 MPR이 높게 측정된 이유로 먼저 MPR을 측정한 기간의 차이를 생각해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초기 투약 순응도를 구하기 위해 진단 후 최대 6개월동안의 MPR을 구한 반면, 다른 연구에서는 최소 1년에서 최대 5년까지 긴 기간의 투약 순응도를 구했기 때문에 실제로 정신병적 장애 환자들이 진단 초기에는 투약을 잘 지키다가 시간이 경과하며 투약 순응도가 불량해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진단 후 시간 경과에 따른 투약 순응도 추이를 분석하는 연구가 향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두 연구에 비해 대상자 선정 기준을 엄격히 설정한 것 또한 본 연구의 평균 MPR이 높게 측정된 이유로 생각해볼 수 있다. 조현병 외의 다른 정신병적 장애를 진단받은 환자도 연구 대상자에 포함시킨 기존 연구와 달리 본 연구에서는 조현병 환자만을 포함시키기 위해 진단코드 기준을 엄격히 설정했으며, 대상자의 연령에 대해서도 기존 연구에서는 제한하지 않거나 65세 미만으로 넓게 설정한 반면 본 연구에서는 18세에서 45세 사이로 엄격히 설정했기 때문에 본 연구의 대상자들이 투약에 더 협조적이었을 수 있다.
정신과적 입원 여부는 치료의 임상적 유효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적절한 지표로 널리 인정되기 때문에[39-41] 본 연구에서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예후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 후 1-2년 사이 입원치료와 관련된 지표를 순응군과 비순응군 사이에서 비교하였다. 순응군이 비순응군에 비해 입원치료를 경험한 환자의 비율이 적고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기간이 짧기 때문에, 초기 투약 순응도가 좋을수록 향후 입원할 확률이 낮고, 입원하더라도 보다 빠른 시일 내에 퇴원하므로 증상의 중증도가 낮고 치료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편, 순응군이 비순응군에 비해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 횟수는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투약에 협조적인 환자일수록 병식이 높고 자신의 증상을 민감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입원치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더 자주 입원했을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국내 심평원 자료를 활용한 Heo 등[24]의 연구에서도 정신병적 장애로 첫 내원한 환자 중 투약 순응도가 좋은 집단이 연간 평균 정신과 입원 횟수가 많음에도 평균 정신과 진료 비용은 더 적은 것으로 확인되어 투약에 협조적인 환자들은 조기에 입원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서 집중적인 치료가 덜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심평원에서 제공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수행되었다. 심평원 자료는 국내에서 이루어진 거의 모든 진료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인구 전체의 의료 서비스 이용 패턴이 파악될 수 있으며, 대규모의 표본이 탈락 없이 추적 관찰될 수 있으므로 국내 심평원 자료 기반 연구는 다른 종류의 연구들보다 실제 임상 현장을 더 잘 반영한다는 강점이 있다[42]. 이러한 강점은 무작위 대조군 연구와 비교했을 때 더 부각되는데, 무작위 대조군 연구의 경우 연구 대상이 엄격한 선정 기준으로 과도하게 선별되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을 대표하지 못할 수 있고, 연구 설계 특성 상 관찰 기간이 다른 연구 방법에 비해 짧은 경우가 많아 무작위 대조 연구의 결과를 실제 인구집단의 결과로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43]. 또한, 본 연구는 앞서 국내 심평원 자료를 기반으로 정신병적 장애 환자의 초기 투약 순응도를 측정한 기존 연구[24]와 비교했을 때 환자 개인별로 투약 순응도와 입원치료 지표를 측정하는 기간을 진단 시점으로부터 일정하게 설정했다는 점이 개선된 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심평원 자료의 특성 및 본 연구의 방법에 있어서 몇 가지 한계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의무기록 없이 보험 청구 자료만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각 환자의 임상적인 상황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본 연구에서는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후기 경과를 평가하기 위해 입원치료 관련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으나, 환자에게 나타난 조현병 증상의 중증도, 호전 또는 악화 경과 등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초기 투약 순응도에 따른 후기 경과를 평가할 때 더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환자의 지지체계와 생활환경 등 사회경제적 요소와, 약물치료 외 다른 치료법을 병행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반영할 수 없었다. 둘째, 본 연구에서 투약 순응도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측정법인 MPR은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약물을 처방받은 일수를 반영할 뿐, 실제 복용 여부를 반영한 것이 아니므로 실제 투약 순응도는 본 연구에서 보고된 수치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고려해야 하겠다. 셋째, 본 연구는 2010년에서 2019년 사이 조현병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진단 시점으로부터 최대 2년동안의 처방 정보와 입원 정보를 이용했는데, 10년의 기간동안 초발 조현병 환자들의 사회 인구학적 특성이나 의료진의 진료 형태가 변화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특히 2016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영향으로 비자의 입원이 감소하며 전체적인 정신과적 입원 횟수와 병상 수가 감소하였기에[44,45] 이를 참고하여 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해야 하겠다.
결 론
조현병을 처음 진단받은 뒤 6개월동안의 항정신병 약제 초기 투약 순응도를 MPR로 계산했을 때 평균값은 0.81로 양호하였다. 초기 투약 순응군은 비순응군에 비해 진단 후 1년에서 2년 사이 1년동안 정신과적 입원치료를 경험한 환자의 비율과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입원기간이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확인되어, 초기 투약 순응군에서 조현병 증상의 중증도가 낮고 더 양호한 질병 경과를 보일 것이라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이에 임상 현장에서 환자에게 조현병 진단을 내리게 되는 경우, 첫 진단 후 6개월동안 환자의 투약 순응도를 유심히 관찰하고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환자의 장기적인 경과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된다.